환대의 조각들

  • 서로를 길어 올리는 이동, 서로에게 매달리는 문장 포스터

《서로를 길어 올리는 이동, 서로에게 매달리는 문장》

김화용과 〈춤추는허리〉 배우들이 함께 여행한다. 지도앱에 목적지를 검색하면 알려주는 길 그리고 도착 예정 시간은 장애를 가진 몸에는 맞지 않는 안내다. 흔들리고 멈추고 돌아가야 하는 불구의 시간은 언제나 지연된다. 그럼에도 우리는 서울에서 가장 먼 곳으로, 개발 과잉의 장소에서 풍경의 틈이 있는 곳으로, 육지에서 제주로 간다. 머물고 가만히 있기를 강요받던 몸들이 움직인다. 실험실과 같이 표백된 매끈한 극장과 전시장을 나와 예측 불가능한 울퉁불퉁한 길을 걷는다. 느리고 느린 시간 위에서 시선은 자연스레 다양한 곳에 도달한다. 높은 하늘과 트인 장소에 들어오는 바람으로 향하고, 낮은 바닥과 빛이 들지 않는 구석에도 머문다.

사회는 시설과 제도를 통해 안과 밖을 만들고 정상성의 기준을 공고히 해왔다. 〈춤추는허리〉는 이 구분에 적극적으로 의문을 제기하고, 확장된 의미의 ‘시설’에 은폐된 존재들에게 접속하며, 함께 탈주하는 방법을 ‘몸’으로 모색해 온 연극팀이다. 보호와 관리의 존재이기를 거부하고 상호돌봄과 연대의 감각을 축적한 몸들이 제주에 당도한다. 최남단 제주는 바다의 수온 변화부터 기후재난이 가장 먼저 도달하는 장소다. 또한 제 2공항, 관광개발과 같은 토건 사업은 제주의 생태를 계속 위협한다.

지배권력이 만든 규범을 하나의 ‘시설'로 바라보던 시선으로, 우리는 누구와 연결될 수 있을까? 기후정의, 동물권, 생태적 재난, 멸종위기의 존재들과 우리는 어떻게 연결될 수 있을까. 느린 것이 곧 저항인 불구의 몸은 발전, 개발, 성장을 멈추고 느려져야 복원되는 생태적 시간과 맞닿아 있다. 제주로 이동하면서 각자 불구의 역사 안에서 연결되었던 몸들은, 시설 안에 갇힌 비인간 동물의 목소리, 생태적 경고, 멸종되어 가는 존재의 부르짖음을 소리와 몸으로 발화한다.

이것은 미래를 상상하기 어려웠던 존재들이 ‘모두’를 위한 세상으로 가는 만남을 선언하는 자리다.

일시
2023년 10월 7일 토요일 오후 2시-5시

장소
비건테이블 바람 (제주특별자치도 제주시 애월읍 납읍리 1794-1)

참여자
춤추는허리(고나영, 김미진, 김상미, 서지원, 조화영, 진성선)

기획
김화용, 이진희

프로듀서
김민경

촬영
그레이스김, 지윤정, 김보라

프로젝트 매니저
조경미

코디네이터
낙지, 조하늘

주관/주최
다이애나랩

후원
한국문화예술위원회

협력
비건테이블 바람, 장애여성공감

*배우들은 공간에서 식사, 독서, 사색 등의 시간을 충분히 가진 후 자연스럽게 즉흥극을 시작합니다. 즉흥극 중 비건테이블 바람 식당을 개별적으로 이용하여 먹거나 마시는 것이 가능합니다.
*시각장애인과 발달장애인을 위한 음성해설(위스퍼링)이 있습니다. 관람객의 상황에 최대한 맞추어 진행합니다.
*휠체어, 유아차 입장이 가능하며 휠체어가 접근 가능한 성중립화장실이 있습니다.
*공연 장소인 비건테이블 바람은 〈차별없는가게〉로 자세한 접근성 정보는 차별없는가게 웹사이트 wewelcomeall.net에서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이 공연은 편안한 분위기에서 진행되는 릴렉스드 퍼포먼스(Relaxed Performance)입니다. 공연 중에 조명의 밝기를 일정하게 유지하며, 큰 소리로 놀라게 하는 장면이 없습니다. 관객이 중간에 나갔다 들어오거나 소리를 내는 것이 가능합니다.
*관객이 장애나 본인의 정체성을 이유로 관극에 불편함을 느낄 수 있는 상황이라면 주최하는 사람들이 미리 알고 조력합니다. 자신의 정보를 미리 알리기를 원하는 관객들은 이 링크를 작성해주세요. https://forms.gle/jYMqREhZDHRWqSCd9

참여자 소개